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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터 70대까지 ㅡ 오카리나 15년 가르쳐보니

by 멜로디톡 2026. 9. 12.

"오카리나 가르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 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손가락을 꼽아봅니다.

어느덧 15차가 되었어요. 처음엔 그저 제가 악기를 연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과 연주팀을 만들어 연주활동을 하며 매일 매일 감사하는 인생 제 2막을 살았습니다.

그러다 레슨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서툴게 시작한 강의가 벌써 15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초등학교 문화예술수업으로 만난 아이들, 사춘기의 살짝 삐딱하지만 순수한 시선을 가진 중학생, 순수하게 취미로 배우러 오시는 성인 회원님들, 그리고 발달장애를 가진 천사들까지.

각각의 그룹에게 레슨을 하면서 느낀 생각과 그룹들의 특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초등부터 70대까지 ㅡ 오카리나 15년 가르쳐보니
초등부터 70대까지 ㅡ 오카리나 15년 가르쳐보니

 

학교 문화예술수업, 한 학기 10회의 기록

학교 수업은 보통 한 학기에 10회 정도로 진행돼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이 일의 큰 보람 중 하나입니다.

오카리나는 손가락으로 구멍을 막고 입으로 바람을 조절해야 하는 악기라, 초등학생 나이대의 소근육 발달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요.

처음엔 손가락 하나 제대로 못 움직이던 아이가, 몇 주 지나면 제법 그럴듯한 소리를 내는 걸 보면 저도 모르게 흐뭇해집니다.

오카리나가 입으로 부는 악기이다 보니 소음이 꽤 큰 편인데, 20여명의 학생들이 동시에 서로 다른 음을 내면 교실이 순식간에 소음덩어리가 됩니다.

그나마 중학생들은 비교적 빠른 시간에 기본 연주 방법을 익히는 편입니다.

초등학생들은 수업에  집중시키고 아이들의 특성을 빠른 시간안에 파악하고 적절한 재미와 호기심을 일으켜 가며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매순간 도전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오래 계속하는 이유는 명확해요. 아이들의 반응이 정말 천진하고 사랑스럽거든요.

"선생님 저 이거 완성했어요!"라며 눈을 반짝이는 순간들, 처음엔 소리조차 못 내던 아이가 마지막 수업에서 한 곡을 끝까지 연주해낼 때의 그 표정. 이런 순간들이 쌓여서 지금까지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성인 취미반, 자발적으로 오시는 분들의 힘

성인 수업은 학교 수업과는 완전히 다른 결이에요. 가장 큰 차이는 참여 동기입니다. 성인 회원님들은 거의 전부, 정말 99% 본인의 의사로 배우러 오세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시작하신 만큼 수업에 임하는 태도부터가 다릅니다. 집중도가 확연히 높고, 처음 악기를 잡으시는 분이라도 생각보다 빠르게 성취감을 느끼시는 경우가 많아요.

제가 가르치는 성인반에는 함께 합주를 하거나, 작은 발표회나 버스킹 무대에 서는 회원님들도 계세요.

처음엔 쑥스러워하시다가도, 막상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마치고 나면 표정이 확 달라지시는 걸 자주 봅니다.

그렇게 연주 활동까지 경험하고 나면 오카리나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활력이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인상 깊은 건 50대 이상, 많게는 60~70대 회원님들의 참여율이 정말 높다는 점이에요.

처음엔 "이 나이에 악기를 배울 수 있을까" 걱정하며 오시는 분들이 많은데, 몇 달 지나면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해오세요.

손가락과 호흡을 함께 써야 하는 악기다 보니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어서 이걸 목적으로 시작하시는 분들도 많고, 실제로 규칙적으로 연습하시면서 심신이 한결 편안해지셨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악보를 읽고 그걸 손가락 움직임으로 옮기는 과정 자체가 두뇌를 꾸준히 자극하는 활동이라, 연세가 있으신 회원님들일수록 이 부분에서 큰 만족감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발달장애인의 악기 도전

발달 장애인들의 악기 수업을 진행하면서는 매번 많은 고민을 합니다.

처음에는 제가 대상자들을  이해하는 부분이 부족해서,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두번째로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가르쳐 드릴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세번째는 목표 설정에 대한 고민 입니다.


대상자들 각각의 특성이 모두 다르고, 그날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상황이 변하고,

여전히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매번 수업을 준비할때마다 여러가지 상황을 생각해 보곤 합니다.

제가 가장 에너지를 많이 쓰는 수업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꾸준히 조금씩, 마치 한번에  한 글자씩 그래서 한달이면 종이 한장을 넘기는 차이 일지라도 

계속하다보면 어느새 변화되었는 대상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분들은 표현에 서투르지만 성취감에 행복해 하고, 저는 그 모습을 보며 감사합니다.

 

 

여러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것

같은 오카리나, 같은 강사인데도 대상자에 따라 가르치는 방식은 완전히 달라요.

아이들에게는 소음과 산만함을 다스리며 흥미를 잃지 않게 끌고 가는 게 관건이라면, 성인분들께는 이미 갖춰진 동기와 열정을 다치지 않게 잘 이끌어드리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악기를 배운다는 것은 아주 커다란 도전이자 아주 작은 변화가 가져오는 삶의 커다란 의미가 된다는 것을 믿게 되었습니다.

모두 나름의 어려움과 보람이 있지만, 오랫동안 이 일을 하면서, 처음 오카리나를 잡아보는 사람이 결국은 소리를 내고 곡 하나를 완성해내는 모습을 정말 많이 지켜봤습니다.

그 과정이 아이든 어르신이든 장애가 있든 그렇지 않든 한결같이 뿌듯하고 감동적이더라고요.

혹시 오카리나를 배워볼까 고민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나이는, 나의 상황은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