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음악을 만들어주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몇 마디의 문장만 입력해도 AI가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붙이고, 여러 악기의 소리를 조합하여 한 곡의 음악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 악기를 배우거나 작곡법을 공부해야 했지만, 이제는 음악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은 사람도 AI의 도움을 받아 음악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굳이 악기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오래 전 취미로 오카리나와 팬플룻을 배웠습니다.
오카리나는 다른 악기에 비해 비교적 쉽게 시작할 수 있었고, 간단한 곡들을 연주하는 것이 가능했습니다.
팬플룻은 조금 어렵기는 하지만 특유의 목가적인 음색으로 인해 굉장히 매력적인 악기입니다.
그 이후로 오랜 시간동안 저와 함께한 반려 악기로
지금은 연주활동뿐만아니라 강사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제 삶에서 오카리나와 팬플룻이 없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AI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요즘, 음악을 만들고 연주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에 과연 인간이 악기연주를 배우고 음악 활동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 봤습니다.

1. 악기를 배우는 것은 음악을 직접 경험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음악을 매우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음악을 찾아 들을 수 있고, AI가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음악을 감상하는 데 특별한 노력이나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경험은 음악을 듣는 것과는 다릅니다.
악기를 연주하려면 손가락을 움직이고, 호흡을 조절하고, 자신의 소리를 들으면서 다음 음을 준비해야 합니다.
악보를 보고 연주한다면 눈으로 정보를 읽은 뒤 그것을 손과 귀의 움직임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간단한 곡 하나를 연주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음을 틀리기도 하고 박자를 놓치기도 합니다.
원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아 같은 부분을 몇 번씩 반복해서 연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처음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곡을 스스로 연주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순간 느끼는 기쁨은 누군가가 만들어준 음악을 감상할 때와는 다른 종류의 만족감입니다.
AI가 음악을 빠르고 훌륭하게 만들어주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서 사람이 직접 음악을 경험하는 과정까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결과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에 직접 경험하는 과정의 가치가 더욱 커질 수도 있습니다.
2. 악기를 배우면서 사람은 기다림과 성장을 경험합니다
AI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매우 빠른 결과에 익숙해졌습니다.
검색을 하면 몇 초 안에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고, 번역기는 외국어 문장을 빠르게 번역해줍니다.
AI에게 질문하면 긴 글도 짧은 시간 안에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악기를 배우는 과정은 이러한 속도와는 조금 다릅니다.
오늘 처음 악기를 배운 사람이 내일 바로 능숙하게 연주하기는 어렵습니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호흡이나 자세를 조절하는 데도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악기를 배우는 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한 번에 완벽한 연주를 하려고 하기보다 오늘은 한 음을 제대로 내고, 다음에는 한 마디를 연주하고, 그다음에는 한 곡을 완성하는 식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갑니다.
어제보다 손가락이 조금 더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지난주보다 곡의 흐름을 잘 이해하게 되는 작은 변화도 자신의 성장으로 느껴집니다.
이러한 경험은 결과를 빠르게 만들어주는 AI 시대에 오히려 의미가 있습니다.
모든 것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빨라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악기를 배우면서 우리는 노력한 만큼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잘 연주하지 못했던 곡을 마침내 끝까지 연주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 역시 다른 사람이 대신 경험해줄 수 없고, AI가 채워줄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3. AI 시대의 악기는 사람을 연결하고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악기를 배우더라도 모든 사람이 똑같은 소리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곡을 연주하더라도 사람마다 속도와 강약이 다르고, 호흡과 감정 표현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악기 연주는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오늘 어떤 기분으로 악기를 잡았는지, 어떤 기억을 떠올리며 연주하는지는 나만의 경험입니다.
악기는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표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꼭 전문적인 연주자가 될 필요도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주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자신의 손으로 연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습니다.
악기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도 합니다.
혼자 연주할 수도 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연주하면 또 다른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소리를 들으며 박자를 맞추고, 서로의 연주를 기다리고, 전체 음악의 흐름에 맞춰 자신의 소리를 조절해야 합니다.
특히 합주에서는 내가 잘 연주하는 것만으로 좋은 음악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때로는 자신의 소리를 조금 줄여야 하며, 함께 시작하고 함께 끝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음악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경험이 됩니다.
앞으로 AI가 음악을 만드는 기술은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일이 사라질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AI는 악기를 배우는 사람에게 새로운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연습하고 싶은 곡의 정보를 찾거나 음악의 배경을 알아보고, 어려운 음악 용어를 이해하거나 새로운 곡을 추천받는 데 AI를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AI와 사람이 음악을 두고 경쟁할 필요는 없습니다.
AI가 음악을 만드는 일을 도와주고,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음악에 담는 방식으로 함께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앞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음악이 AI를 통해 만들어질 것입니다.
가상현실이나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음악을 경험하는 방법도 다양해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악기를 배우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AI가 음악을 쉽게 만들어주는 시대에는 오히려 음악을 만드는 결과보다 직접 해보는 과정의 가치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습니다.
직접 악기를 잡고 소리를 내는 것, 연습하면서 조금씩 실력이 나아지는 것, 다른 사람과 함께 연주하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자신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과는 다른 경험입니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에게는 자신의 손과 몸으로 무언가를 해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그림을 직접 그리고, 음식을 만들고, 정원을 가꾸고,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쓰는 것처럼 악기를 연주하는 일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AI 시대에 음악을 배우는 이유는 단순히 음악을 더 잘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음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천천히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저는 AI 시대에도 사람이 악기를 배우는 일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AI는 음악을 만들어주는 편리한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음악을 통해 느끼고 경험하고 성장하는 일까지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