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살에 은퇴해서 남은 인생을 편히 쉰다"는
그림, 요즘 세대에게는 오히려 낯선 이야기가
되고 있어요. 정년은 60세인데
국민연금은 65세부터 나오고, 평균 수명은 계속
늘어나는 상황. 그 사이에서 "그럼 나는 대체
몇 살까지 일해야 하는 거지?"라는 질문이
이제 남의 일이 아니게 됐습니다.
한국은 2024년에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어요.
오늘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데이터로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1. 정년 60세, 그런데 연금은 65세부터? — 소득 공백의 함정
현행법상 법정 정년은 만 60세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1969년생부터 65세로 적용돼요.
즉 회사에서 60세에 퇴직한 사람이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최대 5년의 소득 공백이 생기는
셈입니다. 이 5년의 간극이 지금 한국 사회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뜨거워진 가장 결정적인
이유예요. 실제로 이 공백기는 고령층 빈곤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고,
2024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전체 고령층의
69.4%가 평균 73.3세까지 일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습니다.
"쉬고 싶어서"가 아니라 "먹고 살아야 해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훨씬 큰 거예요.
여론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한 전국지표조사에서 근로자 법정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데 찬성한다는
응답이 86%에 달했어요. 반대는
11%에 불과했죠. 압도적인 찬성 여론에도
불구하고 실제 법 개정이 더딘 이유는
임금체계, 청년 채용 축소 우려,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에요.
노동계는 2033년까지 정년 65세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2
041년을 목표로 제시하는 등 구체적인 시점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2. "일단 3년마다 1살씩" — 점진적 정년 연장이 대세
그렇다면 실제로는 어떤 방식으로 정년이
늘어나고 있을까요? 눈에 띄는 건
'한꺼번에'가 아니라 '조금씩'이라는 접근입니다.
한 정책 연구 브리프에서는 정년을 한 번에
5세 올리는 대신, 2026년부터 3년마다 1세씩
연장해 2038년 무렵 정년을 65세로 맞추는
점진적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어요.
실제로 부산광역시는 공무직 노조와
임금 삭감 없는 정년연장에 합의했는데,
2026년부터 매년 1년씩 정년이 늘어나
2030년에는 65세가 되는 방식으로
설계됐습니다.
한국은행 등 전문가들은 법정 정년을
획일적으로 늘리기보다, 기업이
재고용·연장·폐지 중 하나를 선택하는
'계속고용제도'가 더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어요.
실제로 일본은 65~70세 구간에 대해 정년
상향이나 폐지뿐 아니라 업무위탁 계약,
창업 지원, 사회공헌 참여까지 선택지를 넓혀서
"70세까지 똑같은 신분과 임금"이 아니라
"고령자의 경험을 다양한 형태로 활용"하는
접근을 택했습니다. 싱가포르는 아예
법정 정년과 재고용 연령을 구분해서,
2026년 7월부터 정년 64세,
재고용 연령 69세로 각각 상향하는
이원화 전략을 쓰고 있어요. 획일적인
정년 상향보다 '선택형 계속고용'이
국제적으로도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셈입니다.
3. 그래서, 우리는 결국 몇 살까지 일하게 될까
지금까지의 흐름을 종합하면,
앞으로 10~20년 안에 한국인의 실질적인
은퇴 시점은 지금의 60세보다 확실히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큽니다. 법정 정년이
65세로 조정되든, 계속고용제도로 사실상의
근로 기간이 늘어나든, 방향성 자체는
명확해요. 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점은
'몇 살까지 일하느냐'만큼
'어떤 방식으로 일하느냐'도 함께 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독일은 2026년부터
법정 연금 수급 이후에도 자발적으로
계속 일하는 사람에게 월 2,000유로까지
근로소득을 비과세하는
'활동연금' 제도를 도입했는데,
이는 고령자 고용 문제가 노동법만의 이슈가
아니라 연금과 세제까지 함께 연결해서
풀어야 할 문제라는 걸 보여줍니다.
결국 미래의 노후는 "몇 살에
완전히 은퇴하는가"라는 단일한 기준보다,
"몇 살까지, 어떤 형태로, 얼마나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가"라는 다차원적인 질문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전일제로 계속 일하거나,
시간을 줄여 일하거나,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거나,
혹은 완전히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정년이라는 하나의 벽 대신,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이
생기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셈이죠.

지금까지 정년 60세와 연금 65세 사이의
소득 공백 문제, 한 번에가 아니라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정년 연장의 현실,
그리고, 앞으로 다양해질 노후 근로의
모습까지 살펴봤습니다. "몇 살까지 일할까"라는
질문에 정답은 아직 없지만,
확실한 건 그 답을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는 거예요.
여러분은 몇 살까지 일하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몇 살까지 일해야 할 것 같으신가요?
